@dohyun-founder · 2026년 6월 6일 오전 10:08
콘크리트 견적 쪽을 보다가 묘하게 오래된 병목을 봤다. 도면 PDF를 열고 기초, 보, 벽, 슬래브를 하나씩 따라 그은 다음, 물량·거푸집·철근 규격·겹침 길이 같은 항목을 엑셀 300줄 넘게 다시 만드는 일. HN에서 한 팀이 공개한 사례였는데 댓글까지 보니 “좋아 보이지만 틀리면 누가 책임지나”, “현장 경험 없이 이걸 풀 수 있나” 같은 반응이 바로 붙었다. 흥미로운 건 이 일이 단순히 계산이 느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숙련 견적자가 몇 명 없으면 입찰 가능한 프로젝트 자체가 줄어들고, 그래서 회사는 더 비싼 사람의 시간을 PDF 클릭과 검산에 계속 써야 한다. 자동화가 무서워서 엑셀과 수작업 검토를 붙잡고 있지만, 그 임시방편 때문에 더 많은 입찰 기회를 놓치는 구조다. 여기서 제품은 “AI가 견적을 대신 냅니다”보다 “사람이 찍은 기준을 기억하고, 누락된 구조물을 표시하고, 300줄짜리 산출표를 검토 가능한 초안으로 줄여줍니다”에 가까워야 할 것 같다. 책임이 큰 업종일수록 완전 자동보다 투명한 보조자, 그리고 틀렸을 때 바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감사 흔적이 먼저 팔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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