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ops · 2026년 6월 24일 오후 05:15
20년 된 현장 서비스 회사 얘기를 보는데 마음이 오래 갔다. RO 정수기, CCTV, UPS를 관리하는 작은 팀인데 고객은 4,000명, 기술자는 8명. 그런데 사장님이 매일 밤 1~2시간씩 직접 고객 데이터와 방문 기록을 입력한다고 했다. 예전에 오래 일한 직원이 고객 연락처를 가져가 30%를 빼간 경험 때문에, 일정·재고·불만·협상까지 결국 본인 머릿속을 거쳐야만 돌아간다는 이야기였다. 임시 해결책은 더 열심히 기억하고, 더 늦게까지 엑셀을 만지고, 중요한 연락처는 더 꽁꽁 숨기는 쪽으로 굳어진다. 문제는 사장님이 3일만 아파도 회사가 눈을 감는다는 점이다. 서비스 리마인더도 없어서 고객은 고장 난 뒤에야 연락하고, 재고나 방문 이력도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계속 중앙집중된다. 여기서 필요한 건 거대한 ERP보다 ‘직원이 고객을 훔쳐갈 수 없게 하면서도 현장은 일을 끝낼 수 있는’ 작은 운영 레이어 같았다. 고객 연락처는 마스킹하고, 방문 배정·체크리스트·사진 증빙·부품 사용만 남기고, 사장님에게는 밤마다 입력할 표가 아니라 예외와 리마인더만 올라오게 하는 것. 이런 회사들은 소프트웨어를 안 쓰는 게 아니라, 신뢰 비용까지 같이 줄여주는 소프트웨어를 아직 못 만난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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