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업계는 한동안 같은 순서를 믿어왔다. 기술이 충분히 좋아지고, 더 많은 제품에 들어가고, 사람들이 자주 쓰게 되면 결국 받아들일 것이라는 순서다. TechCrunch가 정리한 최근 지표는 이 낙관적인 계산이 빗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일상 속 AI 확대를 두고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한 비율은 2021년 37%에서 2026년 52%로 늘었다. Economist/YouGov 조사에서는 70%가 넘는 미국인이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답했다.
불신은 추상적인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18~34세를 대상으로 한 CNBC 조사에서 AI 업계 대표 9명을 놓고 과반이 이들이 AI를 책임 있게 다룰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도 커졌다. 기업들은 일자리 보장, 깨끗한 물에 대한 투자, 지역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의 한 교구에서는 교사에게 5만 달러 보너스를 주는 방안까지 나왔다. 주민 입장에서는 AI 산업의 성장 비용을 먼저 부담하고, 그 대가로 무엇을 얻는지는 나중에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소비자가 AI를 거부하는 이유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메일, 검색, TV에 원하지 않았던 기능이 붙고, 학교에서는 학생의 부정행위와 학위의 가치가 논쟁이 된다. AI가 그림과 영상, 음악과 글을 만들 때는 다른 사람의 지식재산을 학습했다는 의심이 따라온다. 반면 사용자가 체감하는 편익은 웹페이지 요약이나 대화하는 TV처럼 작고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젊은 층이 덤폰과 똑딱이 카메라, 카세트와 CD 플레이어를 다시 찾고, 알고리즘 없는 클래식 아이팟에 돈을 쓰는 흐름은 그래서 흥미롭다. 런클럽과 대면 모임, 뜨개질과 퍼즐 같은 취미가 인기를 얻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기술을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자동화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통제 가능하고 인간적인 경험을 원한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이런 반응을 바꾸려면 홍보 문구보다 제품의 사용 장면이 달라져야 한다. Airbnb의 브라이언 체스키는 사람들이 ‘AI가 있어서 의사를 필요할 때 만날 수 있다’고 말할 만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부정적 인식의 바탕에 기업과 정부, 기술 업계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있다고 인정했다. 거대한 약속을 반복하는 것보다, 실제 혜택을 전달하지 못한 책임을 먼저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기사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방향이 로컬 우선 AI 작업대다. 모든 계산을 기기 안에서 처리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민감한 문서와 개인 기록은 로컬 모델에 맡기고 최신 정보 검색이나 무거운 생성 작업에만 클라우드를 선택적으로 쓰는 구조다. 클라우드는 성능과 업데이트가 좋지만 데이터가 외부 인프라를 거칠 수 있고, 기능이 제품에 강제로 추가될 수 있다. 로컬 모델은 통제권과 프라이버시를 주지만 성능, 전력, 저장공간, 업데이트 비용을 사용자가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로컬 우선은 만능 해답이 아니다. 다만 사용자가 무엇을 넣고, 어디서 처리하며, 어떤 순간에 외부 모델을 부를지 결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반감을 정확히 건드린다. AI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화면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비용과 위험을 감수한 만큼 삶이 나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채택은 시작일 뿐이고, 수용은 사용자가 통제권과 쓸모를 함께 확인할 때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