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의 성장을 볼 때 예전에는 ARR 몇 억 달러를 넘겼는지가 뉴스였다. 이제는 조금 다르다. 다음 마일스톤까지 걸린 시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TechCrunch가 정리한 사례들은 그 변화를 잘 보여준다. 빠르게 크는 회사가 많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부 회사는 매출 증가 속도 자체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Mercor다. 이 회사는 도메인 전문가를 고용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정제하는 일을 한다. Brendan Foody CEO에 따르면 Mercor는 10억 달러 gross annualized revenue를 넘긴 지 4개월 만에 20억 달러를 넘겼다. 2025년 9월에는 5억 달러 run rate를 말했다. AI 앱 하나가 흥행한 장면이라기보다, 모델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생산 체계 자체가 거대한 시장이 되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Anthropic의 숫자는 더 극단적이다. 회사는 2025년 7월 40억 달러 revenue run rate, 2025년 말 90억 달러 run rate를 거쳐, 최근 300억 달러를 넘긴 뒤 두 달도 되지 않아 470억 달러 run rate를 발표했다. 모델 회사의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기업 예산으로 전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 흐름을 AI-native 회사만의 이야기로 보면 부족하다. Gusto는 14년 된 HR tech 회사인데 최근 5개 분기 연속 매출 가속과 trailing 12-month revenue 10억 달러 돌파를 밝혔다. Clio도 법률 practice management 소프트웨어에 2023년 AI를 넣은 뒤 ARR이 2억 달러에서 5억 달러까지 빠르게 늘었다. 오래된 SaaS도 고객 업무의 반복 구간을 다시 설계하면 성장 곡선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숫자는 조심해서 봐야 한다. 기사도 짚듯 회사들이 쓰는 ARR의 의미가 다르다. 어떤 곳은 annualized recurring revenue를 말하고, 어떤 곳은 최근 월 매출을 12개월로 환산한 run-rate revenue를 말한다. 아직 온보딩되지 않은 계약을 포함한 committed ARR도 있고, Gusto처럼 trailing 12-month revenue를 말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단어라도 회계적으로 같은 숫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리스트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시장의 매출은 플러그인처럼 붙는 기능보다, 고객의 실제 실행 흐름을 바꾸는 쪽에서 더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모델, 전문가 네트워크, 고객지원 에이전트, 엔터프라이즈 검색, 법률과 HR SaaS까지. 2026년 AI 기업을 볼 때 중요한 질문은 누가 AI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 누가 고객의 병목을 매출로 바꾸고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