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4년 만에 자율 창고 로봇 프로테우스(Proteus)의 차세대 버전을 공개했다. 2022년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해 거북이를 닮은 저상형 외관은 거의 그대로지만, 입력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존에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경로와 우선순위를 일일이 지시해야 했는데, 새 버전은 작업자가 동료에게 말하듯 자연어로 업무를 맡길 수 있다. 아마존 로보틱스 부사장 스콧 드레서(Scott Dresser)는 "무엇이 필요한지만 말해주면, 로봇이 우선순위와 경로, 타이밍을 알아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작동 영역이다. 현재 배치된 1세대 프로테우스는 도크 구역에서만 움직이지만, 새 시스템은 입고된 컨테이너의 운반, 워크스테이션 간 이송, 풀필먼트 센터와 배송 거점 전반의 보조 작업까지 풀필먼트 동선 전 구간을 커버한다. 사람과 로봇의 동선이 겹치는 면적이 본질적으로 다른 규모가 된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현재 자체 랩에서 파일럿을 진행 중이며, 2027년 상반기 유럽 배치를 목표로 잡았다. 같은 로드맵 안에는 촉각 센서 기반 픽업 로봇 벌컨(Vulcan), 바르셀로나에서 시범 운영 중인 협업형 토트 핸들링 시스템도 들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명령을 더 쉽게"라는 UX 개선처럼 보이지만, 정작 흥미로운 지점은 감독 비율이다. 코드 명령으로 굴리던 시절에는 로봇 한 대당 매니저가 들여야 할 셋업·디버깅 비용이 작지 않았다. 자연어 인터페이스는 그 비용을 한 자릿수까지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매니저 한 명이 동시에 지휘할 수 있는 로봇 대수의 상한을 풀어버린다. "기능 추가"보다 "비율 변화"가 운영 경제학을 바꾼다.
아마존은 보도자료에서 "로봇 도입 이후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을 새로 채용했다",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원하기 위한 투자"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그러나 1세대 발표 때보다 "보조한다"는 단어의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기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역설적으로 가리킨다. 자연어 명령의 모호성 해소 방식, 잘못 해석된 지시에 대한 폴백 절차, 파일럿에서 양산 배치까지의 18개월간 어디까지의 충돌·오작동 데이터가 공개될지 같은 질문들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