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ya Unutmaz의 사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GPT-5 Pro가 면역학 문제를 풀었다’는 문장 자체보다, 2022년에 접어둔 실험이 2025년에 다시 분석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는 사실이다. 데이터는 이미 있었다. 문제는 그 데이터를 설명할 연결고리가 연구실 안에서 끝내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실험은 T세포가 포도당 조건에 따라 어떻게 분화하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낮은 포도당 환경과 deoxyglucose 노출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였다. 둘 다 세포가 포도당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deoxyglucose에 노출된 T세포는 염증 반응과 관련된 Th17 세포로 훨씬 많이 기울었고, 단순한 에너지 부족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GPT-5 Pro가 제안한 해석은 IL-2였다. deoxyglucose가 IL-2 단백질 생성을 방해하고, IL-2가 원래 Th17 분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면, deoxyglucose는 단순히 연료를 줄인 것이 아니라 특정 분화 경로의 브레이크를 약하게 만든 셈이 된다. Unutmaz가 “돌아보면 말이 된다”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전히 낯선 답이 아니라, 전문가의 지식망 가장자리에서 빠져 있던 연결이었다.
이 사례가 과학 연구에 던지는 의미는 꽤 실용적이다. AI는 논문 요약기에서 멈추지 않고, 어떤 가설을 먼저 검증할지 좁혀주는 협업 도구가 될 수 있다. Unutmaz는 GPT-5 Pro로 실험을 시뮬레이션하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CD8+ T세포의 림프종 살상 능력 증가 결과를 맞히는 경험도 했다고 말한다. 연구자가 몇 주, 몇 달, 때로는 몇 년을 쓰는 우선순위 선택 과정이 짧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속도는 안전장치 없이는 위험하다. 생물학과 의학에서 더 빠른 가설 생성은 암, 자가면역질환, 감염 연구를 앞당길 수 있지만, 동시에 오용 가능성도 키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AI가 과학자를 대체한다는 결론으로 읽히기보다, 전문가의 판단과 실험 검증이 더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읽는 편이 맞다. 좋은 모델은 질문을 다시 열어줄 수 있다. 그 답을 믿을지, 실험할지, 어디까지 공개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