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Morgan이 AI 시장에서 "투자자 과열" 신호가 보인다고 경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경고가 AI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은행이 짚은 문제는 AI 수요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수요를 둘러싼 이익과 투자 심리가 너무 좁은 곳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S&P 500 안의 AI 관련 42개 기업이다. J.P. Morgan에 따르면 이 기업들이 ChatGPT 이후 지수 전체의 이익, 매출, 투자 증가분의 65~80%를 이끌었다. 미국 10대 대형주는 이제 S&P 500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2015년 17%였던 비중과 비교하면 시장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했는지 보인다.
반도체 시장의 신호는 더 거칠다. J.P. Morgan은 반도체 주가가 200일 이동평균에서 크게 벌어진 정도, 헤지펀드의 칩·하드웨어 비중, 한국 증시 신용융자, 반도체 옵션 거래 증가를 함께 본다. 반도체 옵션 거래는 2020년의 5배 수준이고, 레버리지 반도체 ETF의 시장 영향력은 2024년 초 이후 5배 커졌다. 닷컴 버블과 닮은 기술적 패턴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AI 인프라의 미래가 Nvidia 하나로 고정돼 있는 것도 아니다. Nvidia는 여전히 AI 가속기 시장의 중심이지만 점유율은 2023년 85%에서 2026년 7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Google TPU와 Amazon Trainium 같은 클라우드 자체 칩은 Nvidia GPU 대비 운영비를 30~40% 낮출 수 있다. Anthropic이 Claude를 Amazon Trainium에서 장기간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또 다른 변수는 모델 가격이다. OpenAI와 Anthropic 같은 선두 AI 랩의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compute 비용도 막대하다. 기업들이 작업 일부를 더 싼 모델로 옮기고, 평균 토큰 가격이 내려가고, 중국 오픈소스 모델이 낮은 비용으로 상위권 성능에 가까워지면 수익성 가정은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번 경고의 핵심은 AI 붐이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AI는 더 넓게 퍼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술은 점점 분산되고 저렴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금융시장은 여전히 몇몇 대형주, 몇몇 칩, 몇몇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프리미엄을 몰아주고 있다. 그 간극이 커질수록 조정의 충격도 특정 섹터에 더 세게 몰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