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6월 15일 자에 실은 미셸 김의 르포는 거리 풍경에서 시작한다. 김포의 무인 입국심사대가 얼굴과 여권을 스캔하고, 지하에서도 5G가 끊기지 않는 지하철이 달리고, 강남역 횡단보도에서는 만화 같은 눈을 한 배달 로봇이 신호를 기다린다. 6월 강남구는 다국어로 응답하는 AI 버스정류장 키오스크를 발표했다. 기자에게는 새삼스러운 풍경이 아니다. 그가 자란 서울이 ‘기술로 국격을 끌어올린다’는 단일한 서사 위에서 70년대 철강·조선, 80년대 반도체, 90년대 초고속망, 2000년대 스마트폰을 차례로 거쳐 지금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 위에 통계가 얹힌다. Pew 조사 25개국 중 “AI가 걱정된다”가 “기대된다”보다 크다고 답한 비율이 한국은 16%로 가장 낮고, 미국은 50%다. 2026 Stanford AI Index는 한국을 notable AI models 보유 수 세계 3위로 꼽았고, 같은 인덱스에서 한국인 70%는 산업 보호 규제보다 AI를 통한 과학·의료 진전을 우선으로 꼽았다. 2024년 통과된 AI 기본법은 진흥에 무게가 실린 가벼운 규제 틀이고, 2025년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AI전략위원회와 소버린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AI 톱3’를 공식 목표로 내걸었다. 코스피가 2026년 신고가를 찍은 동력은 시총 1조 달러를 넘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즉 엔비디아 학습 칩을 떠받치는 HBM 두 공급자의 주가였다.
그러나 기사가 진짜 정직해지는 지점은 ‘낙관’의 반대편이다.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습 효과 파일럿 없이 배포됐다가 사실 오류와 프라이버시 이슈로 역풍을 맞았고, 1월 현대차의 Atlas 휴머노이드 공장 투입 발표에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들이지 못한다”고 응수했다. 한국인 64%는 AI가 일자리를 줄이고 불평등을 키울 것을 우려하면서, 같은 조사에서 52%는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답한다. KAIST 정치형 교수의 표현대로 “경제 발전이 국가 의제로 굳어진 결과, 사회·정치·윤리적 차원의 성찰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가속이 먼저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 장면이 이 기사의 진짜 발견이다. 서울 중앙시장의 포차에서 기자의 29살 사촌은 ChatGPT에 사주, 주식 종목, 연애운을 묻는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46%가 챗봇으로 사주를 봤다고 답한 그 수치의 실명이다. 취업과 결혼, 내 집 마련에서 밀려난 세대에게 챗봇은 “현실에서 더 나은 미래로 가는 포털”이고, 동시에 회사에서 옆자리 동료가 쓰니까 나도 격하게 써야 하는 도구이며, 그러면서 자기 자리를 뺏을까 두려운 존재다. “무섭지만 지금은 너무 유용해요”라는 한 문장이 한국이 AI를 사랑하는 방식의 가장 솔직한 요약이다. 정부가 위에서 설계한 가속과 시민이 아래에서 만들어내는 의존이 같은 방향으로 쌓이는 동안, 안전과 노동, 교육의 점검 속도는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