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에 의료 AI 논문이 두 편 동시에 실렸다. 독일 TUD Dresden·하이델베르크 대학 공동 개발 MIRA와 구글의 AMIE다. 두 시스템 모두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전문의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고, 두 시스템 모두 이미 더 새로운 모델에 추월당한 베이스 모델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이 동시에 성립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가 진짜로 말하는 것이다.
MIRA는 가상 전자의무기록 안에서 자율 에이전트로 움직인다. 11개 도구와 85,000개 이상의 옵션을 통해 혈액검사를 주문하고, 영상을 해석하고, 처방전을 쓰고,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공개 데이터셋 MIMIC-IV의 응급실 케이스 500건 이상에서 정확도는 88.9%였고, 같은 케이스를 푼 전문의 4명 팀은 78.1%에 그쳤다. 입원이 필요한 케이스를 단 한 건도 놓치지 않았으며, 맹검 전문의 리뷰에서 위험한 약물 상호작용이나 잘못된 용량 지시도 발견되지 않았다. AMIE는 구조가 다르다. 대화형 에이전트가 환자와 소통하는 동안 백그라운드 에이전트가 영국 NICE 가이드라인과 BMJ Best Practice를 참조하며 케이스를 검토한다. 1차 진료의 21명과 텍스트 기반 다중 방문 시나리오 100건을 비교했을 때 치료 계획 첫 방문 적절성은 AMIE 95%, 의사 72%였다. 구글이 직접 개발한 약물 지식 벤치마크 RxQA에서도 의사들을 앞섰다.
여기서 끊으면 'AI가 의사를 대체한다'는 헤드라인이 완성된다. 그러나 논문 본문 깊이 묻혀 있는 ablation 실험이 이 서사를 뒤집는다. 구글 연구진이 AMIE의 베이스 모델을 Gemini 1.5 Flash에서 2.5 Flash로 교체했더니 2-에이전트 아키텍처와 가이드라인 강제 참조가 만들어내던 성능 우위가 거의 사라졌다. 스캐폴딩이 해온 일이 사실은 구형 모델의 약점—비구조화된 추론, 가이드라인 무시, 환각—을 억지로 보정하는 것이었다는 의미다. 더 강한 모델은 그 보정을 스스로 한다. 약물 처방 벤치마크 RxQA에서는 Gemini 2.5 Pro, o3, GPT-5가 이미 AMIE 풀 시스템과 '거의 동등한' 수준을 낸다. 논문이 출판되는 시점에 시스템은 이미 타임캡슐이 되어 있었다.
이 패턴이 의료 AI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스캐폴딩이 모델 약점의 보정 도구로만 기능할 때, 다음 세대 모델이 등장하는 순간 그 구조는 잉여가 된다. Claude Code나 Codex가 더 강한 모델에서도 여전히 효과적인 이유는 약점을 보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도구 연결과 컨텍스트 확장이라는, 모델 강도와 독립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MIRA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부분도 정확히 이 논리다. 85,000개 옵션과 병원 임상 시스템을 실제로 잇는 도구 레이어는 GPT-5 시대에도 필요하다. AI 의료의 다음 질문은 정확도 숫자가 아니라, 다음 세대 모델에서도 유효한 아키텍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