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가 AI 업계를 ‘마르크스주의적’이라고 부르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표현은 과격하지만, 그가 말하는 쟁점은 모델의 정치 성향이 아닙니다. 기업이 AI를 쓰는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와 업무 지식이 누구의 자산으로 남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발언이 나온 시점도 묘합니다. 팔란티어는 2분기에 매출 19억 달러를 기록했고, 전년 같은 기간보다 93% 성장했습니다. 순이익은 11억 달러였습니다. AI 수요가 만든 성장의 수혜자가, 동시에 프론티어 AI 랩을 기업에 믿기 어려운 파트너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카프는 일부 랩이 고객의 IP, 노하우, 전문성을 모델 안으로 가져가 자기 사업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객이 업무 자동화를 위해 비용을 내지만, 그 과정에서 경쟁사가 될 수 있는 공급자의 역량까지 키워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런 구조를 고객과 협력하기보다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방식에 빗댔습니다.
팔란티어가 제시하는 해법은 모델 독립형 AI·분석 소프트웨어입니다. 특정 모델에 모든 업무를 맡기기보다 기업이 데이터와 AI ‘exhaust’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때 exhaust는 단순한 출력물이 아니라 프롬프트, 오케스트레이션, 컨텍스트처럼 업무를 재현하는 요소까지 포함합니다.
그렇다고 AI 랩을 경제적 악당으로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고, 팔란티어의 실적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성장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선악 구도가 아니라 계약과 시스템의 구조입니다. 기업은 모델 성능만 비교할 게 아니라, 프롬프트와 컨텍스트를 누가 저장하고, 오케스트레이션을 다른 모델로 옮길 수 있으며, 공급자가 경쟁 제품을 내놓았을 때 무엇을 회수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발언을 실무 언어로 바꾸면 간단합니다. AI 도입은 모델을 고르는 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동화가 만들어낸 운영 지식이 어디에 쌓이는지 설계하지 않으면, 생산성 도구가 장기적인 공급자 종속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