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의 새 회칙 <마그니피카 후마니타스>는 AI에 관한 종교 문서로 읽힐 수 있지만, 가장 실질적인 독자는 기술자와 정책입안자일 것이다. "기술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라는 선언보다 주목할 지점이 따로 있다. 회칙은 AI를 자연의 힘이나 초이성적 존재로 신비화하지 않는다. 대신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 시대에 등장한 하나의 상업적 산물"로 규정한다. 이 프레이밍은 신학적 입장을 넘어 거버넌스 논쟁에 실질적인 틀을 제공한다. 상업적 산물이라면, 소비자·투자자·시민이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AI 규제 공백의 실체는 구체적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불공정 행위에 관할권을 갖지만 알고리즘 설계에 대한 권한은 제한적이다. NIST는 지침을 발행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무시한다. EU AI Act는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지만 실제 AI 배치 범위의 일부만 커버한다. AI 안전을 전담하는 독립 규제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와 국제기구가 이 공백을 채우지 못하는 동안, 의외의 행위자들이 그 자리로 들어왔다.
종교 기반 사회책임투자 연합 ICCR과 세속 기관투자자들이다. 운용자산 4000억 달러를 대표하는 이들은 최근 수 차례의 주주총회 시즌 동안 Alphabet·Amazon·Nvidia·Palantir·Uber에 AI 거버넌스 결의안을 제출했다. CVS와 UnitedHealth에는 AI 기반 의료 결정이 환자 케어를 훼손하지 않도록 요구했고, Meta·Microsoft에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수자원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제기했다. Disney·Netflix·Warner Bros.에는 AI 활용 투명성과 인간 창작자 보호를 촉구했다. 회칙이 새로운 지형을 개척했다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거버넌스 운동을 공식 승인한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이미 현실에서 벌어졌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초기 몇 시간, AI가 수천 발 미사일의 타겟 식별에 사용되어 수백 명이 사망했다. 투자자들이 이를 공식 의제로 올렸다. 회칙이 "AI의 사용, 특히 공공재와 기본권에 관련된 경우에는 명확한 기준과 효과적인 감독이 필수"라고 요구한 것이 공허한 선언이 아닌 이유다. 곧 OpenAI·Anthropic·Grok의 IPO가 예정되어 있다. 비공개 기업이라는 이유로 주주 압박이 불가능했던 이 조직들에도 같은 메커니즘이 적용될 시점이 다가온다. 교황의 언어로 말하자면, 바벨탑이냐 느헤미야서의 예루살렘이냐를 선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