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스타트업 Respond.io가 6,250만 달러 시리즈 B를 마감했다. Camber Partners가 리드하고 Endeavor Catalyst가 참여했으며, 2022년 700만 달러 시리즈 A 이후 4년 만의 라운드다. ARR 3,500만 달러, 전년 대비 169% 성장, 영업이익률 30%. 흑자를 유지하면서 이 속도로 성장하는 SaaS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숫자 자체가 이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회사가 AI 확산 시대에 오히려 빨라지는 이유는 프라이싱 설계에서 찾을 수 있다. Salesforce, Zendesk 같은 전통 고객 경험 플랫폼들은 '자리당(per seat)' 과금 모델이다. AI 에이전트가 인간 상담원을 대체하면 자리 수가 줄고, 그만큼 이 회사들의 매출도 줄어드는 구조다. Respond는 '대화당(per conversation)' 과금이다. AI가 처리하든 사람이 처리하든, 대화 건수 자체가 수익 기반이다. 현재 분기 20억 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CEO Gerardo Salandra는 '우리는 AI가 더 부각될수록 더 빨리 성장한다'고 말한다. 자리당 과금의 경쟁자들이 AI 전환을 비즈니스 모델 위협으로 경험하는 동안, Respond는 그 전환을 성장 동력으로 흡수하고 있다.
타깃 시장도 명확하다. Salandra가 '고려형 구매(high-consideration)' 업종이라고 부르는 영역 — 자동차 딜러십, 헬스케어, 교육, 여행처럼 채팅 없이는 계약이 닫히지 않는 B2C 비즈니스들이다. 이 기업들은 WhatsApp, Instagram, TikTok, WeChat, Telegram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지만 각 채널을 따로 관리할 여력이 없다. Respond는 그 채널들을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묶고, AI 에이전트가 문의 분류부터 리드 자격 판단, 클로징까지 자동화한다. 직원 200~1만 명 규모 기업이 핵심 고객층이다. 분기 20억 건이라는 메시지 볼륨은 단순한 규모 지표가 아니라 AI 훈련 기반이기도 하다. Salandra는 이걸 '데이터 플라이휠'이라고 부른다 — 더 많은 데이터가 더 나은 AI를 만들고, 더 나은 AI가 더 많은 고객을 끌어오고, 그 고객들이 다시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든다.
지역 전략이 이번 라운드의 실제 쓰임새를 결정한다. 현재 매출의 60%는 APAC과 중남미에서 나오고, 북미와 유럽을 합쳐도 20%에 그친다. 그런데 지금 이 두 지역의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기존 북미·유럽 플랫폼들은 이메일과 전화 중심으로 설계됐고, 메시징 채널은 나중에 추가된 기능이다. Salandra는 '그들에게 메시징은 사후 고려 사항이었다'고 말한다. 메시징 퍼스트로 설계된 Respond에게 이 지각 변동은 기회다. 이번 자금으로 그 지역에서 기존 고객 기반과 팀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CEO는 이미 몇몇 후보와 협상이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최종 목표는 나스닥 상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