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이 WWDC 2026에서 공개한 새 Siri는 $2억5000만 소송과 2년의 공백 끝에 나왔다. 기술적으로 가장 눈에 띈 순간은 새 하드웨어가 아니었다. Apple AI 엔지니어링 시니어 디렉터 Justin Titi가 "딸이 최근에 얘기한 디저트가 뭐였지?"라고 Siri에게 물었을 때다. Siri는 한 달 전 iMessage 스레드를 뒤져 '코코넛 쿠키 만들고 싶다'는 문장을 정확히 찾아냈다. 기술적으로 단순한 기능이다. 그런데 그 단순함이 이 데모를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과장된 미래가 아니라, 내일 당장 쓸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새 Siri의 핵심은 'Personal context'다. iMessage, Notes, Calendar, Mail, Photos를 통합 검색하고, 지금 화면에 보이는 콘텐츠도 질문 맥락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순한 처리는 온디바이스로 끝난다. 복잡한 쿼리는 Private Cloud Compute(PCC)로 보내는데, 설계상 Apple 자신도 그 내용을 열람할 수 없다. $100만 달러 버그 바운티를 걸어놨고 아직 뚫린 사례가 없다. 서드파티 앱 연동은 개발사에 달려 있어, Apple 네이티브 앱 밖에서 얼마나 깊이 작동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비슷한 시도는 이미 존재한다. Poppy와 Poke 같은 앱들이 모바일 에이전트 AI를 표방하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려면 방대한 개인 데이터 접근이 전제된다. 한 Meta 연구원이 OpenClaw를 잘못 실행해 받은 편지함 전체를 날려버린 사건은 이 편의성이 얼마나 얇은 얼음 위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Apple이 상대적으로 보안에 진심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거대 기술 기업에게도 개인 데이터를 기꺼이 내주고 싶은 마음은, 신뢰와 별개로 존재하는 다른 문제다.
가장 무거운 질문은 기술 바깥에 있다. 작가 Calvin Kasulke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AI한테 아이 선물을 사게 시키는 대신,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직접 파악하면 안 되냐"고. 친구가 추천한 TV 프로그램을 Siri에게 기억시킨다면, 나는 그 대화에 덜 집중하게 되는 걸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Emily처럼 모든 것을 앞서 챙겨주는 AI를 원한다지만, Emily는 크래시아웃 직전이었다. AI는 번아웃이 없다. 하지만 그 AI에 기대는 인간이 어떤 능력을 조금씩 내주게 되는지는 별개의 계산이다. 그나마 Apple은 새 Siri를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었다. Google의 AI 검색 개편과 달리, 선택지가 있다. 그 선택지를 앞에 두고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깨물지 말지 결정하는 건, 결국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