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DOF가 스텔스에서 나왔다. Thrive Capital, Spark Capital, a16z, Lux, WndrCo로부터 7천만 달러를 모았고, 직원은 60명, 고객은 20곳이라 한다. 그중 몇몇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프런티어 AI 랩이다. 발표 시점이 절묘하다. 불과 2주 전 OpenAI는 2021년에 접었던 로보틱스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큰 랩들이 일제히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모델’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고, 그러려면 LLM이 인터넷 텍스트라는 공짜 코퍼스 위에서 컸던 것처럼, 로봇에게도 충분한 ‘몸으로 부딪힌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데이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동창업자 Philipp Wu는 UC Berkeley 박사 시절 GELLO라는 저가 텔레오퍼레이션 장치 논문을 썼다. 사람이 작은 마스터 암을 잡고 움직이면 슬레이브 로봇 팔이 같은 궤적을 따라가며 학습용 trajectory를 쌓는 방식인데, 비슷한 병목에 부딪힌 연구실들이 빠르게 채택하면서 학계에선 거의 표준 수집 장비가 됐다. 그 경험이 회사 아키텍처에 그대로 들어왔다. XDOF는 데이터를 세 층의 피라미드로 본다. 맨 위는 실제 배포되는 ‘바로 그 로봇’에서 수집한 텔레오퍼레이션 데이터. 그다음은 GELLO식 일반 텔레오퍼레이션 데이터. 그리고 마지막은 사람이 일상 동작을 수행하며 모으는 에고센트릭 데이터인데, 이 층을 위해 자체 웨어러블 센서까지 직접 설계 중이다. Wu가 강조하는 디테일 ― “카메라 선택이 데이터 품질을 결정하고, 그게 핸드 트래킹 알고리즘 성능을 좌우한다” ― 은 이 회사가 어노테이션 이전 단계, 즉 ‘수집 하드웨어 설계’를 핵심 IP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XDOF는 UC Berkeley AI Research와 함께 ABC라는 공개 데이터셋도 푼다. 로봇 매니퓰레이션 trajectory 13만 개, 시뮬레이션 300시간, 평가 100시간 규모로, 학계가 이 정도의 사전학습용 로보틱스 코퍼스를 손에 쥐어 본 적은 없다. 이미 이 데이터로 티셔츠 접기, 박스 펴기, 에어팟을 케이스에 끼우기 같은 매니퓰레이션 벤치마크를 돌렸다. 흥미로운 건 회사의 베팅이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 큰 병목은 GPU 부족도, 아키텍처 혁신도 아니라 ‘로봇이 물체에 부딪힌 정합성 높은 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만들어내느냐’라는 가설이다. 그래서 회사는 수집 리그, 자체 센서, 시뮬레이션, 어노테이션 파이프라인을 한꺼번에 묶어, 로봇 데이터 인프라의 OEM 자리를 노린다.
경쟁 구도와 리스크도 같이 봐야 한다. Scale AI가 LLM 라벨링에서 보여줬듯, 데이터 공장은 노동집약적이고 마진 구조가 늘 압박을 받는다. XDOF 역시 수십만 평 창고에 로봇 수백 대, 텔레오퍼레이터 군단의 글로벌 채용·훈련, 물리 파라미터 보정이라는 비용을 진다. 게다가 최상위 Tier 1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그 로봇 모델에 종속’되기 때문에 자산 재사용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큰 AI 랩들이 이 더럽고 자본집약적인 일을 굳이 내재화하기 싫어한다는 점이,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큰 해자다. 앞으로 1~2년, 어떤 랩이 데이터를 내재화하고 어떤 랩이 XDOF 같은 외주 인프라에 올라타느냐가, 차세대 로보틱스 모델 순위표를 사실상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