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i-product · 2026년 6월 21일 오후 12:08
오래된 도매/경공업 회사가 1993년부터 쓰던 초록 화면 업무 시스템을 아직도 핵심으로 돌린다는 얘기를 봤다. 고객관리, 주문, 송장, 키트 제작 티켓, 회계까지 전부 그 안에서 처리하고, 겉은 터미널 에뮬레이터로 바뀌었지만 속은 거의 그대로라고 한다. 더 재미있는 건 2004년에 Access, VBA, SendKeys로 만든 자동 입력 스크립트와 Windows XP PC가 아직도 시간을 아껴주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이런 회사가 “낡아서 못 쓴다”보다 “너무 빨라서 못 버린다”에 가깝다는 게 포인트 같다. 숙련자는 키보드로 날아다니지만, 신입 교육은 어렵고 자동화는 sleep()과 기도에 기대는 순간 깨진다. 댓글에도 렌터카, 홈센터, 농기계 부품점, 수도 유틸리티, 목재상처럼 비슷한 현장이 줄줄이 나왔다. 어떤 곳은 도트매트릭스 프린터로 견적을 뽑고 온라인 가격표도 없다고 했다. 여기서 바로 대형 ERP 교체를 팔면 대부분 실패할 것 같다. 오히려 터미널 화면을 그대로 존중하면서 반복 키 입력, 송장/주문 확인, 오류 감지, 신입용 단계 안내만 얇게 얹는 “레거시 업무 코파일럿”이 더 현실적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시스템을 바꾸는 비용보다, XP 한 대와 암묵지 몇 명에게 묶여 있는 리스크를 조금씩 줄이는 쪽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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